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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2. 16. 05:39 - doq

당신의 킬리언

  남자는 꿈을 꿨다.

  무언가 소중한 것을 도려내어지는 통증과, 통증을 비집고 들어오는 새하얀 날개의 . 꿈에서 남자는 눈도 뜨지 못하고 애처로이 울고 았던 폰을 잡아들었다.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남자의 신분에 대해 묻는다. 얀이 죽었다고 했다. 얀의 방은 적막하고 우울한 고층 빌딩의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었다. 시체는 처참하게 '찢긴' 상태였다고 했다. 그녀는 뛰어내릴 용기도 없는 고층빌딩의 우울증 환자를 잡아먹는 검은 짐승이라도 만났던 것일까. 결국 얀의 서류에는 붉은 인장이 의문사, 라는 세글자를 찍어 넣었다. 수사는 몇몇 계좌로 보내진 돈들에 의해 간소하고 조용히 이루어졌다. 그녀의 사체가 잉크 얼룩이 번진 신문 위를 떠다니지 않길 바랐다. 설령 그것이 그녀가 바라는 일이었을지라도. 희미하게 피냄새가 남은 그녀의 방안에 무기질처럼 들어 앉아 있던 남자는 자신의 꿈에 대해 생각해냈다. 소중한 것을 찢는 격통. 새하얀 날개. 남자는 거의 본능적으로 '그것' 대해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정의를 고민하던 순간 날개깃으로 얼룩진 검은 그림자가 남자를 집어 삼켰다. 남자는 충분히 당황했으나 부족하게 내색했고, 눈앞의 것은 그런 남자의 반응에도 아랑곳 않는 '얼굴' 가지고 있었다.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세상의 것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진다. 영혼이 천천히, 남김도 하나 없이 홀려 들어가는 같은 . 남자는 어느때인가 얀과 함께 갔던 여름의 바다를 기억해낸다. 다리에 쥐가 얀을 거의 집어 삼킬 했던 에메랄드빛 물결. 충분히 아름답고, 충분히 위협적인 색깔. 남자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어야 했다. 눈앞의 것은 눈을 깜빡이지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것은 호흡도 하지 않는다. 다만, 오래전 읽었던 성경이 묘사하던 영롱하고 새하얀 빛의 무리들을 닮아있을 . . 심장으로부터 오르는 공포의 정체에 대해 남자는 이제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단순한 경외라고 치부하기에는, 눈앞의 것에게서 나는 피비린내가 너무도 역겨웠기 때문에. , 뭐지? 그것은, 남자를 흉내내듯 눈을 깜빡였다. 행동이 남자를 더욱 경계하게 만들었다. 발갛게 물든 입술이 천천히 열리면서, 완벽하게 '만들어진' 목소리를 뱉는다. 나는. 남자는 숨으로 들이켰던 비린내를 천천히 뱉어냈다. 당신의 킬리언이에요. 그리고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남자는 자신이 뱉어냈던 비린내가 얀의 것이라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남자는 이제 그것을 괴물이라고 부르고 있다.